DMA란 — 유럽이 구글에 '안드로이드를 열어라'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
The DMA explained — the law that lets Europe order Google to open Android
DMA(디지털시장법)는 유럽연합이 일정 규모 이상의 플랫폼을 '게이트키퍼'로 지정해 사후 제재가 아니라 사전 의무로 규제하는 법이며, 이 법을 근거로 유럽 집행위는 2026년 7월 구글에 안드로이드의 11개 기능을 경쟁 AI 어시스턴트에 개방하라고 명령했다
3줄 요약
- 핵심은 사전 규제 — 위반을 적발해 벌하는 대신, 지정된 기업에 미리 지켜야 할 의무를 부과한다
- 2026년 7월 16일 구글 대상 두 건의 구속력 있는 조치 — 안드로이드 AI 개방과 검색 데이터 공유
- 적용 범위는 EU다 — 같은 안드로이드라도 한국·미국 이용자는 자동으로 혜택을 받지 않는다
핵심 질문
- DMA가 뭐야
- Digital Markets Act, 한국어로는 디지털시장법이다. 유럽연합이 대형 온라인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을 다루기 위해 만든 법으로, 기존 경쟁법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사전'이라는 성격이다. 기존 경쟁법은 반경쟁 행위가 벌어진 뒤 조사하고 과징금을 매겼고, 그 절차에 몇 년이 걸리는 동안 시장은 이미 굳어졌다. DMA는 특정 기업을 게이트키퍼로 지정하고, 지정되는 순간부터 지켜야 할 의무 목록을 부과한다.
- 게이트키퍼는 어떻게 정해져
- 규모와 지위 요건으로 정해진다. EU 역내 매출과 시가총액이 일정 기준을 넘고, 검색·앱마켓·메신저·운영체제 같은 '핵심 플랫폼 서비스'를 운영하며, 이용자 규모가 커서 사업자가 소비자에게 닿으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 역할을 하는 경우다. 이름 그대로 문지기다. 알파벳(구글), 애플, 메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바이트댄스 등이 지정돼 왔다.
- 그래서 구글에 뭘 시킨 거야
- 2026년 7월 16일 유럽 집행위는 두 갈래의 구속력 있는 이행 조치를 내렸다. 첫째, 안드로이드의 11개 기능을 경쟁 AI 어시스턴트에 개방하라 — 늦어도 2027년 8월 1일까지. 지금 제미나이만 쓸 수 있는 시스템 수준 접근을 챗GPT·클로드 같은 경쟁 어시스턴트도 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익명화한 구글 검색 데이터를 경쟁 검색엔진과 AI 기업에 FRAND 조건으로 공유하라 — 2027년 1월부터.
- 한국 사용자한테도 적용돼?
- 자동으로는 아니다. DMA는 EU 역내 이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법이고, 이번 조치도 유럽 이용자를 전제로 한다. 다만 실제로는 영향이 번지는 경우가 많다. 기업이 지역별로 다른 코드를 유지하는 비용이 커서 결국 전역에 적용하거나, 다른 나라 규제기관이 EU 선례를 근거로 같은 요구를 하기 때문이다. 애플의 USB-C 전환이 그 사례로 자주 인용된다.
경쟁법에는 오래된 약점이 하나 있다. 너무 느리다.
지배적 사업자가 반경쟁 행위를 했는지 조사하고, 시장을 획정하고, 소명을 받고, 과징금을 매기고, 그 결정이 법원에서 확정되기까지 보통 5년에서 10년이 걸린다. 그사이 시장은 이미 한쪽으로 굳는다. 과징금이 확정될 무렵이면 경쟁자는 대개 사라져 있다.
유럽연합의 디지털시장법(Digital Markets Act, DMA)은 이 시차를 없애려는 시도다. 잘못을 벌하는 대신, 미리 하라고 시킨다.
1. 사후 제재에서 사전 의무로
| 구분 | 기존 경쟁법 | DMA |
|---|---|---|
| 시점 | 행위가 벌어진 뒤 | 지정되는 순간부터 |
| 절차 | 조사 → 시장 획정 → 소명 → 처분 | 요건 충족 시 지정 → 의무 부과 |
| 입증 | 규제기관이 반경쟁성을 입증 | 의무 이행 여부만 확인 |
| 소요 기간 | 수년 | 즉시 |
| 결과 | 과징금, 시정명령 | 의무 이행, 미이행 시 제재 |
핵심 차이는 입증 부담이다. 기존 경쟁법에서 규제기관은 "이 행위가 경쟁을 해쳤다"를 증명해야 했고, 이것이 가장 오래 걸리는 단계였다. DMA에서는 그 논쟁이 사라진다. 지정된 기업이 의무 목록을 지켰는지만 보면 된다.
이 설계가 비판받는 지점도 같다. 개별 행위의 반경쟁성을 따지지 않고 규모만으로 의무를 지우기 때문에, 규제가 지나치게 넓게 걸린다는 반론이 기업 쪽에서 꾸준히 나온다.
2. 게이트키퍼 — 누가 지정되나
DMA는 모든 플랫폼을 규제하지 않는다. 게이트키퍼로 지정된 소수만 대상이다. 지정 요건은 대체로 셋이다.
- 규모 — EU 역내 매출과 시가총액이 기준을 넘을 것
- 핵심 플랫폼 서비스 운영 — 검색엔진, 앱마켓, 운영체제, 메신저, SNS, 광고, 브라우저 등
- 관문 지위 — 이용자가 많아, 다른 사업자가 소비자에게 닿으려면 사실상 반드시 거쳐야 할 것
세 번째가 이름의 이유다. 문 자체가 아니라 문지기를 규제한다.
지정되면 부과되는 의무의 성격은 두 갈래다. 하라는 것(작위)과 하지 말라는 것(부작위)이다.
| 유형 | 예 |
|---|---|
| 하라 | 상호운용성 제공, 데이터 이동 지원, 광고주에게 측정 데이터 제공 |
| 하지 말라 | 자사 서비스 우대, 결합 데이터의 무단 활용, 대체 결제·설치 차단 |
3. 2026년 7월, 구글에 내려진 두 개의 명령
2026년 7월 16일 유럽 집행위는 알파벳(구글)을 상대로 구속력 있는 이행 조치(specification decision) 두 건을 채택했다. 이는 새 위반을 인정한 것이 아니라, 이미 부과된 DMA 의무를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못 박은 결정이다.
① 안드로이드 — 경쟁 AI 어시스턴트에 11개 기능 개방
지금 안드로이드에서 시스템 수준으로 동작할 수 있는 AI 어시스턴트는 사실상 구글 제미나이뿐이다. 다른 어시스턴트는 일반 앱의 울타리 안에 갇힌다. 집행위는 이 격차를 없애라며 개방해야 할 기능을 명시했고, 그 성격은 네 층위로 묶인다.
| 층위 | 내용 |
|---|---|
| 호출 | 음성 호출어, 시스템 전역 진입점 |
| 맥락 | 화면 내용, 센서 데이터, 기기 내 앱 데이터 |
| 동작 | 화면 자동화, 앱 간 제어 |
| 자원 | 기기 내 모델, 백그라운드 실행 |
이행 시한은 늦어도 2027년 8월 1일이며, 다음 안드로이드 메이저 버전에 반영돼야 한다. 개방과 함께 프라이버시·보안·기기 무결성을 지키기 위한 안전장치도 조건에 포함됐다.
② 검색 데이터 공유
익명화한 구글 검색의 순위·질의·클릭·조회 데이터를 경쟁 검색엔진과 AI 기업에 FRAND 조건(공정·합리적·비차별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시행은 2027년 1월부터다. 익명화 방식은 개인정보 전문가들과 함께 설계한 다층 방식으로, DMA와 GDPR의 관계에 관한 지침 초안에 맞춘 것이라고 집행위는 설명했다.
두 번째 조치가 첫 번째보다 파급이 클 수 있다. 검색 품질은 이용자 행동 데이터의 축적에서 나오고, 그 축적을 후발주자가 따라잡을 방법은 사실상 없었다. 데이터 공유는 그 해자를 직접 겨눈다.
4. 한국 이용자에게는 무슨 의미인가
법적으로는 직접 적용되지 않는다. DMA는 EU 역내를 대상으로 하고, 이번 조치도 유럽 이용자를 전제로 한다. 한국에서 안드로이드 폰을 쓰는 사람이 2027년에 자동으로 다른 어시스턴트를 시스템 비서로 지정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두 갈래로 번지는 경우가 많다.
- 기술적 확산 — 지역별로 다른 코드를 유지하는 비용이 크다. 접근 권한 구조를 새로 만들면 전역에 적용하는 쪽이 싸다. 애플의 USB-C 전환이 자주 인용되는 사례다
- 규제적 확산 — 다른 나라 규제기관이 EU 결정을 근거로 삼는다. "유럽에서는 되는데 왜 여기서는 안 되나"는 협상에서 강한 논거다
한국에서도 플랫폼 자사 우대와 앱마켓 수수료를 두고 유사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국내 AI 산업 쪽에서는 이 조치가 기기 접근권을 처음으로 규제 대상에 올렸다는 점을 주시할 만하다. 모델 성능만큼이나 이용자에게 닿는 경로가 경쟁을 가른다는 인식이 규제에 반영된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국가 단위로 AI 인프라를 확보하려는 흐름은 「소버린 AI란」에서 이어 읽을 수 있다.
5. 남은 것 · 확인되지 않은 것
11개 기능의 개별 목록과 기술 사양은 집행위 문서에 규정돼 있으나, 본문에서는 네 개 층위로 요약했다. 실제 구현에서 어디까지 열리는지는 사양 문서와 구글의 이행안을 함께 봐야 판단할 수 있다.
구글의 이의·항소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DMA 이행 조치에 대해 게이트키퍼가 법원에 다투는 경로는 열려 있고, 그 경우 시한이 실제로 지켜질지는 별개 문제가 된다.
확산 여부도 추정이다. USB-C 사례가 있지만, 어시스턴트 접근 권한은 보안·프라이버시 논쟁이 훨씬 크게 얽혀 있어 같은 경로를 밟는다는 보장이 없다.
확인해야 할 것은 하나다. 2027년 8월 1일에 실제로 무엇이 열리는가. 규제가 정한 것은 시한이고, 그 안에서 어디까지가 실질적 개방이고 어디부터가 형식적 준수인지는 그때 드러난다.
출처
- European Commission — Commission provides guidance to Google for AI interoperability on Android and sharing of Google Search data (2026-07-16)
- European Commission — Alphabet specification proceedings: Interoperability for AI services
- Digital Watch Observatory — European Commission orders Google to open Android and Search under DMA
- Bratby Law — DMA Specification Decisions Explained
- Cloud Security Alliance — EU DMA Android AI interoperability research note
- TheNextWeb — EU prepares to force Google to open Android to ChatGPT and Claude under D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