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다음은 무엇인가 — 삼성은 GPU 위에 쌓고, SK는 낸드로 잇는다
Samsung stacks onto the GPU, SK bridges to NAND — two answers to what comes after HBM
삼성전자는 GPU와 메모리를 3D로 붙이는 zHBM을, SK하이닉스는 3D 적층 D램과 고대역폭 낸드(HBF)를 '포스트 HBM' 답안으로 내놨다
3줄 요약
- 미국 FMS 2026에서 삼성전자는 zHBM과 400단 이상 10세대 낸드를 공개했다
- SK하이닉스는 3D 적층 D램 'G0.5'와 고대역폭 플래시(HBF)를 앞세웠고, 샌디스크와 HBF 첫 표준 규격을 공개했다
- 쟁점은 같다 — AI 연산이 메모리 대역폭에 막히는 병목을 어느 방향으로 뚫느냐다
핵심 질문
- zHBM이 기존 HBM과 뭐가 달라
- 지금의 HBM은 GPU 옆에 메모리 기둥을 세워 짧은 배선으로 잇는 구조다. 삼성이 제시한 zHBM은 GPU와 HBM을 3D로 수직 적층해 연결한다 — 옆이 아니라 위로 붙이는 것이다. 회사 설명으로는 5세대 HBM(HBM5) 대비 GPU당 성능 최대 8배, 전력 대비 성능 최대 3배 개선, 열 저항은 10~25% 수준으로 낮아진다. 다만 이는 회사 발표 수치이며 양산 검증치는 아니다.
- SK하이닉스의 HBF는 뭐야
- 고대역폭 플래시(High Bandwidth Flash) — HBM이 D램을 쌓아 만든 것처럼 낸드플래시를 쌓아 대역폭을 끌어올린 메모리다. D램보다 싸고 용량이 크지만 느린 낸드를 AI가 쓸 수 있는 속도로 끌어올리려는 시도로, SK하이닉스는 FMS 2026 개막에 맞춰 샌디스크와 HBF의 첫 표준 규격을 공개했다. 여기에 3D로 적층한 D램 'G0.5'도 함께 내놨다.
- 왜 지금 '포스트 HBM' 얘기가 나와
- AI 모델이 커질수록 연산 유닛이 노는 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GPU는 빨라졌는데 메모리에서 데이터를 가져오는 속도가 못 따라가면, 성능은 대역폭에서 결정된다. HBM은 이 문제를 '쌓아서 넓히는' 방식으로 풀었지만 단수·전력·발열이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고, 모델 크기는 계속 커진다. 그래서 다음 구조를 지금 정해야 하는 국면이다.
이 지면이 여러 차례 다룬 명제 — AI의 병목은 연산이 아니라 메모리다 — 는 이제 업계의 전제가 됐다. 이달 초 미국 산타클라라에서 열린 FMS 2026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내놓은 것은 그 전제에 대한 서로 다른 답안이다.
삼성은 위로 붙였다. SK는 옆을 넓혔다.
1. 삼성 — GPU 위에 메모리를 쌓는다
삼성전자가 공개한 것은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 zHBM과 400단 이상의 10세대 낸드다.
zHBM의 발상은 배선 거리를 없애는 것이다. 지금의 HBM은 GPU 옆에 D램을 쌓은 기둥을 세우고 인터포저라는 판 위에서 짧은 배선으로 잇는다. '짧다'고는 해도 여전히 옆으로 가는 거리이고, 그 거리가 전력을 먹고 지연을 만든다. zHBM은 GPU와 HBM을 3D로 수직 적층해 연결한다 — 옆이 아니라 바로 위다.
삼성이 제시한 수치는 5세대 HBM(HBM5) 대비 GPU당 성능 최대 8배, 전력 대비 성능 최대 3배, 열 저항은 10~25% 수준. 마지막 항목이 가장 중요하다. 메모리를 GPU 위에 얹으면 열이 빠져나갈 길이 막히는 것이 이 구조의 최대 난제인데, 삼성은 오히려 열 저항이 낮아진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는 회사 발표 수치이고 양산 검증치가 아니다.
2. SK하이닉스 — D램만으로는 부족하다
SK하이닉스는 두 가지를 전면에 세웠다. 3D 적층 D램 'G0.5'와 고대역폭 플래시 HBF(High Bandwidth Flash)다.
HBF가 개념적으로 더 큰 변화다. HBM이 D램을 쌓아 대역폭을 넓힌 것이라면, HBF는 같은 일을 낸드플래시로 한다. 낸드는 D램보다 느리지만 훨씬 싸고 용량이 크다. AI 추론에서 모델 가중치처럼 '한 번 올려두고 계속 읽는' 데이터는 D램만큼의 속도가 필요 없을 수도 있다 — 그렇다면 비싼 D램 대신 값싼 낸드를 대역폭만 끌어올려 쓰는 것이 경제적이다. SK하이닉스는 FMS 개막에 맞춰 샌디스크와 HBF의 첫 표준 규격을 공개했다.
표준을 먼저 만든다는 것은 기술 자체보다 큰 수다. 규격을 잡은 쪽이 이후 공급망의 기준선을 정한다.
3. 두 답안을 나란히
| 구분 | 삼성전자 | SK하이닉스 |
|---|---|---|
| 대표 기술 | zHBM (GPU-메모리 3D 수직 적층) | HBF (고대역폭 낸드) + G0.5 (3D 적층 D램) |
| 접근 방향 | 거리를 없앤다 — 위로 쌓기 | 재료를 바꾼다 — 낸드로 확장 |
| 주장 효과 | HBM5 대비 GPU당 성능 최대 8배 (회사 발표) | 용량·비용 대비 대역폭 개선 |
| 함께 공개 | 400단 이상 10세대 낸드 | 샌디스크와 HBF 첫 표준 규격 |
| 최대 난제 | 발열·수율·GPU 업체와의 설계 공조 | 낸드의 수명·지연시간, 표준 채택 |
| 양산 시점 | 미공개 | 미공개 |
표의 마지막 두 줄이 현재 상태를 요약한다. 둘 다 방향은 제시했고, 둘 다 언제 실물이 나오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4. 왜 이 경쟁이 주가와 연결되나
메모리 업계의 이익은 '누가 먼저 다음 규격의 표준 공급자가 되느냐'에서 갈린다. HBM 세대 교체마다 점유율이 크게 움직였던 것이 최근 몇 년의 경험이고, 그 결과가 두 회사의 실적 격차로 나타났다. 포스트 HBM은 그 게임의 다음 판이다.
다만 투자자 관점에서 지금 단계의 발표는 의향의 공개에 가깝다. 실제 승부는 엔비디아를 비롯한 GPU 업체가 어느 구조를 채택하느냐에서 갈리고, 그 결정은 전시회가 아니라 장기 공급계약에서 확인된다. 이 지면이 반복해 적어온 대로, 설비투자와 기술 발표가 가격과 실적에 닿기까지는 시차가 있다.
5. 남은 것 · 확인되지 않은 것
zHBM의 성능 수치는 전부 삼성전자 발표 기준이며 독립 검증치가 없다. zHBM·G0.5·HBF 모두 양산 시점과 고객사 채택 여부가 공개되지 않았고, HBF는 첫 규격 공개 단계라 업계 표준화 기구의 최종 채택도 미정이다. 두 회사의 로드맵이 실제로 충돌하는지, 아니면 용도가 갈려 병존하는지도 아직 판단할 근거가 부족하다.
HBM의 구조와 병목의 원리는 「HBM이란 — 메모리를 쌓아 올려 만든 AI의 병목」에, 설비투자가 가격에 닿는 시차는 「반도체 설비투자가 가격에 닿기까지 걸리는 시간」에서 이어진다. 채택 계약이 확인되면 이 지면이 후속 보도한다.